등록 번호: 007
객체 등급: 베타-백색
위험 종류: 유기적 위험, 지적 위험
격리 규약: RPC-007은 필리핀 군도 내 여러 무인도 중 하나(좌표 ███████)에 있으며, 이 위치는 OL-기지-003이라 칭한다. 그 특성 때문에 RPC-007은 파괴 없이는 이전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섬의 작은 크기 및 외딴 위치를 통해 더 수월한 보안 유지가 가능하다. 섬 위에 타갈로그어와 영어로 되어 있는 팻말을 5m 간격으로 설치한다. 팻말에는 해당 섬이 필리핀 국유지이며 허가되지 않은 방문은 제한됨을 표기한다. 또한 섬 위에 정부 보안원으로 위장한 최소 네 명의 관리국 보안 인원을 배치하여 모든 무단출입자를 체포한다.
설명: RPC-007는 움직일 수 없지만 고등한 지적 능력을 보이는, 알 수 없는 종의 나무 모습을 한 객체이다. 뿌리를 포함한 아래쪽 절반은 변칙적 특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객체의 위쪽 절반은 일반적이지 않은데, 몸통의 70cm 부근 부터의 나무는 목재의 특성을 가지나 신축성이 있는 피부의 특성 또한 동시에 가지는 성장체로 대체되어 있다. 이러한 변칙적인 성장체는 최상단에 인간의 두형과 양쪽에 위로 뻗은 앙상한 줄기로 끝난다. 머리는 두발을 제외한 일반적인 모든 인간 머리의 특징을 포함한다. 외이, 구강, 그리고 후강 등의 구멍은 얕고 그 어떤 내부 기관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식이나 호흡 등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기관들은 일반적인 인간의 그것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RPC-007은 미 남부 억양으로 타갈로그어와 영어를 모두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 객체는 스스로 오래되었음을 주장하나, 구체적인 숫자를 물어봤을 경우 답변을 거부하거나 질문을 노골적으로 무시한다. RPC-007는 이름에 대해 질문 받을 경우 조(Joe)라고 대답하나, 성은 매 질문마다 다르게 답변한다. 현재까지 RPC-007은 겹치는 경우가 거의 없이 천 가지의 서로 다른 성을 진술하였으며, 대부분은 서유럽 또는 동아시아 기원의 성이었다. RPC-007에게 이 사실을 언급할 경우에도 역시 객체는 답변을 거부하거나 해당 정보를 노골적으로 무시한다.
RPC-007은 스스로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꺼리며, 그저 애매하거나 확연히 모순되는 개인적인 정보만을 전달한다. 현재까지 진술된 바로는 그는 여러 나라를 방문한 탐험가이며, 1~7명의 자식을 슬하에 두고 있고, 선한 품성 또는 악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고 상반된 서술을 한 아내가 한 명 있으며, 취미로 철학을 공부한다고 한다. RPC-007이 스스로의 상태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서술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객체가 선호하는 대화 주제는 철학과 정치이다. 그러나 RPC-007은 공산주의의 우월함을 주장하다가도, 한 시간 후에는 자본주의 자유시장을 찬양하는 등 신념의 일관성이 전혀 없다.
RPC-007은 대화를 즐거워하며, 숙면이나 휴식을 취해야 하지 않기에 허용할 경우 끊임없이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객체는 주로 즐거운 상태에 있으나, 꺼리는 질문에 대해서는 혼란 또는 약간이 불쾌를 표현한다. 많은 연구원은 RPC-007과의 대화를 즐거워하지만, 몇몇 직원은 과거 객체에 대해 "아주 소름 끼친다"고 대답했음을 기록해둔다.
면접 #24:
피면접자: RPC-007
면접자: Zimmer 박사
서문: 현장 연구관 Zimmer와 RPC-007간의 첫 소개, ████년 3월 ██일.
<기록 개시>
Zimmer 박사: 안녕하십니까, 조. 만나서 반갑습니다.
RPC-007: 자네는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가? 나는 자네는 알지 못하네만.
Zimmer 박사: 아…그게…제 친구 ██████ 박사가 저에게 당신에 관해 이야기 했습니다.
RPC-007: 아, 이런. 그 친구가 또 이상한 칭찬 같은 걸 했으면 안 되는데. 같이 있을 때면 정말 즐거웠어. 좋은 사람이야. 그 친구 요즘 뭐 하고 지내나?
Zimmer 박사: 그는 다른 곳으로 재배치되어야 했습니다. 어디인지는 저도 말할 수가 없군요. 그래서 제가 새로운 연구원으로서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RPC-007: 아, 연구원이라! 요즘 들어 자네 같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네. 동물 연구원, 식물 연구원, 그리고 정신분석 뭐시기까지, 어떤 놈은 정글 한 가운데서 나한테 신체 검사를 하려 했지. 난 이런 지루한 사람들이나 만나려고 탐험가가 된게 아닌데 말이야. *웃음*
Zimmer 박사: 탐험가셨군요. 어디 어디를 탐험해보셨습니까?
RPC-007: 아, 발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다 가봤지. 이젠 이 일을 한지도 너무 오래 돼서 내가 밟아보지 않은 땅이 남아 있을지나 모르겠군 그래.
Zimmer 박사: 그럼 이제는 뭘 하고 계십니까?
RPC-007: 이젠 나도 어디 가기엔 늙었다네, 암. 나이를 이렇게 먹었으면 쉴 때도 되었지.
Zimmer 박사: 그럼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RPC-007: 나도 아직 그렇게 늙지는 않았다네. 뭔 말하는진 알지? *웃음*
Zimmer 박사: 죄송합니다만, 잘 모르겠습니다.
RPC-007: 아, 자네도 언젠가는 깨닫게 될게야. 암. 다들 언젠가는 이 늙은이 조처럼 되버리는 게지.Zimmer 박사: 무슨 뜻인지요?
RPC-007: 아무튼, 자네 코르테즈란 자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기록 종료>
종결문: 대화는 스페인 콩키스타도르 에르난도 코르테즈(Hernando Cortez)에 대해 몇 분 더 이어졌다. 해당 대화에서 가치 있는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